113장
함박눈과 싸라기눈
너는 내리는 싸라기눈을 보면서 뭐라고 하느냐
에이, 싸라기네. 금방 녹아 눈 같지도 않다고 하겠지
하늘이 보이지도 않는 함박눈이 오면 어떻게 말하겠느냐
야! 눈이다. 나가서 밟아보자.
그렇단다. 사랑도 이와 똑같단다.
너는 사랑을 준다고 하지만
받는 상대가 그 사랑이 싸라기눈처럼 감질나고 안타까워
너를 향해 짜증 부리고 신경질을 내며 억울한 소리를 할 때
너는 이렇게 생각하겠지.
왜 나만 이렇게 당하나 나는 싸라기라도 사랑을 주었는데…
사랑하는 자야
이왕 눈을 주는 것, 함박눈을 주어야 하지 않겠니
더럽고 추한 것 모든 쓰레기를 덮으려면
무던히도 쏟아부어야 할 것이니라.
그냥 주어라.
내가 너의 모든 허물을 무조건 덮어 주는 것처럼
너도 함박눈과 같은 사랑을 쏟다 보면
상대가 그 속에서 안식과 포근함을 느낄 것이란다.
싸라기눈이 녹는다면 그 물이 얼마나 되겠느냐
하지만 함박눈이 녹으면 강물도 되는 것이며
빙산이 녹으면 마을도 덮는 것이란다.
내가 허락한 그 사랑을 가지고
갈급한 자에게 나누어 주어라.